미중 수출 규제로 7조 손실 엔비디아, 시간외 급락

엔비디아(Nvidia)가 다시 한번 미중 관세 정책의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미국 정부의 AI 칩 수출 규제로 인해 55억 달러(한화 약 7조 5천억 원)에 달하는 손실을 반영한다고 발표하자, 엔비디아 주가는 에프터마켓에서 무려 6.3%나 급락한 것입니다.

 

이번 규제의 핵심은 중국 시장을 겨냥한 AI 칩 H20. 미국이 해당 칩도 슈퍼컴퓨터에 사용될 가능성을 문제 삼아 규제에 포함시키면서, 엔비디아는 재고·구매계약·충당금 등에서 비용 손실을 감수하게 된 것인데요.

 

이 소식이 전해지며, 글로벌 반도체 및 AI 시장에 큰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단순한 매출 차질을 넘어, AI와 반도체 산업에 정치적 변수가 첨예하게 충돌하는 사례로 기록될 것인데요. 이번 포스팅에서는 이 사건의 배경과 파장, 그리고 향후 전망을 다뤄보겠습니다.

 

 

1. 엔비디아 H20, 중국 AI 시장의 핵심 칩

Nvidia의 H20 칩은 미국의 AI 수출 규제 이후 특별히 중국 시장을 위해 설계된 제품입니다. 기존의 고성능 AI 칩보다 성능을 낮춰 수출이 가능하도록 만든 것이 특징인데요, 이 칩은 AI 모델의 학습보다는 ‘추론(inference)’ 단계에서 강점을 가지는 칩으로, 특히 저비용 AI 솔루션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중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었습니다.

 

텐센트, 알리바바, 바이트댄스(틱톡 모회사) 등 중국 빅테크 기업들도 대거 수요에 뛰어들며 엔비디아는 중국 시장을 다시 잡는 데 성공하는 듯 보였습니다.

 

2. 미국의 추가 제재, H20도 결국 규제 대상

그러나 2025년 4월 9일, 미국 정부는 Nvidia에 H20 칩도 수출 전 ‘라이선스(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통보를 했고, 4월 14일에는 이 조치가 무기한 적용된다고 밝혔습니다.

 

그 이유는 H20 칩이 슈퍼컴퓨터에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실제로 H20은 연산 속도는 낮지만 메모리 및 연산 장치 간 고속 연결이 가능해, 중국에서 슈퍼컴퓨터 구축에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었습니다.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 ‘Institute for Progress’는 “중국의 딥시크나 텐센트는 이미 이를 이용해 대규모 AI 모델을 학습시키고 있으며, 이는 기존 수출 통제를 위반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3. 엔비디아의 55억 달러 손실 발표

Nvidia는 이번 수출 제재에 따라 H20 관련 재고, 구매 계약, 충당금 등에서 총 55억 달러의 손실을 반영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단일 제품군에서 발생한 손실로는 이례적인 규모입니다.

 

해당 소식이 전해진 직후, 엔비디아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약 6% 하락했습니다.

 

4. 미국 내 5000억 달러 AI 서버 투자

흥미로운 점은 엔비디아가 같은 시기, 미국 내에서 최대 5,000억 달러(약 675조 원) 규모의 AI 서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는 것입니다. TSMC 등과 협력해 미국에 AI 인프라를 대규모로 구축하겠다는 계획은, 자국 중심 제조를 장려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와도 맞물립니다.

 

이는 중국 수출 제한으로 발생한 리스크를 미국 내 수요로 상쇄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5. 전망: 중국 시장 포기는 불가능

비록 엔비디아가 이번에 큰 손실을 입었지만, 추론 중심의 AI 칩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CEO 젠슨 황은 최근 인터뷰에서 “AI의 미래는 추론에 있으며, 엔비디아는 그 전환에 가장 잘 대비된 기업”이라고 밝혔습니다.

 

중국 시장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큰 AI 성장 시장 중 하나이기 때문에 엔비디아가 포기할 가능성은 없습니다. 다만 규제 내에서 가능한 설계와 제품을 지속적으로 연구할 것으로 보입니다.

 

마무리

이번 사건은 단순히 한 기업의 손실을 넘어, 글로벌 AI 기술 패권 경쟁과 지정학적 긴장이 맞물려 벌어진 복합적인 이슈입니다. 엔비디아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규제의 틈을 파고들며 시장을 공략하려 할 것이고, 미국 정부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지속적인 제재를 이어갈 가능성이 큽니다. 결국 이 사안은 정치적인 방법으로 풀 수 밖에 없는 문제로, 미국과 중국 정부의 움직임을 면밀히 살펴보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