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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5월, 미국과 중국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한 첫 공식 고위급 무역협상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고 양측이 평가했습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이후 격화된 무역전쟁 속에서 이루어진 첫 대면 협상으로, 향후 양국 관계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양측은 협상 결과를 담은 공동성명을 12일 오전에 발표할 예정입니다.
양측 “중요한 첫걸음”
이번 협상은 5월 10~11일 이틀에 걸쳐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유엔 제네바 사무소 상임대표 공식 거주시설인 ‘빌라 살라딘’에서 진행됐습니다. 미국 측에서는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중국 측에서는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와 리청강 상무부 국제무역담판대표 겸 부부장이 참석해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았습니다.
첫날은 약 10시간, 이튿날에도 수 시간에 걸쳐 협상이 이어졌으며, 미국의 베선트 장관은 협상 종료 후 취재진에게 “미국과 중국이 무역 분야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뤘으며, 논의는 매우 생산적이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진행 상황에 대해 상세히 보고받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리어 대표 또한 “우리가 생각한 것만큼 양국 간 차이가 크지 않음을 이번 협상이 보여주었다”고 평가하며 “이번 합의는 미국이 국가 비상사태 수준으로 선언한 대중 무역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중국의 허리펑 부총리도 “회담은 솔직하고 건설적이었고, 실질적인 진전을 이뤘다”고 밝혔으며, “이번 협상을 통해 양국은 통상·경제 협의 메커니즘을 구축하고 후속 논의를 지속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습니다.
고율 관세 완화 가능성과 전략 자원 문제
이번 협상에서 가장 주목받은 의제는 단연 양국 간 ‘폭탄 관세’의 조정 여부입니다. 현재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2기 들어 중국산 수입품에 최대 145%에 달하는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중국 역시 이에 맞서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125%의 보복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직전인 5월 9일 “80% 수준의 대중 관세가 적절하다”고 발언해 관세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고, 일부 외신은 미국 측이 50% 수준까지 관세를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NYT)는 영국의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보고서를 인용해 “80% 수준의 관세도 트럼프 1기 이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3배 이상의 수준으로, 사실상 무역금지와 다름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즉, 명목상 인하가 현실적인 무역 재개로 이어지기엔 한계가 있다는 평가입니다.
이 외에도 협상 테이블에는 다음과 같은 전략적 사안들이 올라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펜타닐 공동 대응: 미국은 중국 내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의 생산 및 수출을 문제 삼고 있으며, 이를 빌미로 관세를 부과한 바 있습니다. 이번 협상에서 양국이 공동 대응책을 논의했는지가 관심사입니다.
- 희토류 수출 규제 완화: 반도체, 배터리, 군사장비 등 첨단산업에 필수적인 희토류의 공급을 중국이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은 이에 대한 수출 완화 조치를 요구한 것으로 보입니다.
허리펑 부총리는 이에 대해 “중국은 무역전쟁을 원하지 않지만 두려워하지도 않는다”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면서도 “세계 경제의 확실성과 안정성 확보를 위해 협력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발언했습니다.
협상은 진전, 합의 내용은 ‘비공개’
현재까지 구체적인 합의 내용은 양국 모두 공개를 꺼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는 공동성명이 발표될 12일까지 내용을 조율 중이거나, 민감한 이슈에 대한 입장 차이를 완전히 해소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양측은 다만 후속 협상을 위한 ‘통상·경제협의 메커니즘’을 구축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정기적 혹은 비정기적 대화 채널이 유지되며 향후 실무 협상이나 정상 간 만남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됩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간의 직접 통화나 대면 정상회담 가능성도 거론되며, 향후 미중 무역관계 정상화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협상 국면 전환은 긍정적
이번 협상을 통해 미중 양국은 최소한 극한 대치에서 벗어나 협상과 대화를 모색하는 ‘관리된 충돌’ 상태로 전환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 해소라는 구조적 문제와 중국의 전략 자원 통제라는 장기적 이해관계는 쉽게 조율되기 어려운 사안입니다.
따라서 이번 협상이 실질적인 무역 재개나 관세 정상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정책 이행에 대한 상호 신뢰 구축 ▲추가 실무 협상 ▲정상 간 정치적 합의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12일 예정된 공동성명이 과연 양국 간 협상 진전의 ‘출발선’이 될지, 아니면 여전히 내용 없는 선언에 그칠지 여부는 곧 가려질 전망입니다.